[박진성의 블록체인 바로알기] 7. '웹 3.0'은 또 무엇인가?
[편집자주] 본 연재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코인, NFT 등으로 대변되는 가상자산 시장과 기반 기술에 관한 올바른 정보 전달과 긍정적인 인식 정착을 목적으로,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도록 눈높이를 낮춰 진행됩니다. 암호화폐 등에 과도한 투자나 몰입은 금융시장과 가정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본문 내 의견과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웹 3.0(Web3.0). 최근 들어 NFT와 메타버스 다음으로 많이 들어봤을 용어다. 웹 3.0은 한마디로, '지능화된 웹'을 말한다. 즉 웹(인터넷 상)에 담긴 정보를 알아서 이해하고,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주는 지능적인 기술이다. 이에 관해 좀더 매끄럽게 이해하기 위해선, 이전 세대인 '웹 1.0'과 '웹 2.0'에 관해 먼저 알아야 하겠다.
웹 1.0은 1990년대 초반에 등장한 '월드 와이드 웹(WWW)'을 떠올리면 된다. 이 웹 1.0 환경은 창작자가 직접 프로그래밍하여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론 웹사이트를 만들려면 서버 및 프로그래밍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다. 그렇게 만든 웹사이트는 뉴스나 게시판 형태가 주를 이뤘고, 사용자들은 이 웹사이트를 통해 이전보다 쉽게 정보를 찾고 공유할 수 있었다.
출처=셔터스톡
웹 1.0 환경에서 자리잡은 몇몇 기업들(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이후 웹 2.0 시대를 열었다. 웹 1.0에서는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명확했다면, 웹 2.0에서는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와 데이터를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활동이 동시에 가능했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겨나자, 크리에이터(창작자)라는 새로운 직업도 등장했고, 이로써 본격적인 웹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웹 3.0에서는 콘텐츠를 생산, 수정, 편집하는 웹 2.0의 기본 요소 외에, '데이터 소유'의 개념이 포함된 것이다. 웹 3.0에서는 콘텐트 생산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파생된 추가 콘텐츠나 디지털 자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웹 2.0에서는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와 데이터가 중앙화된 특정 플랫폼에 흡수되는 구조였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이러한 사용자의 수많은 콘텐츠와 데이터를 수집, 저장하고 이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맞춤형 광고가 있다.
다만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콘텐츠 생산자나 사용자는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플랫폼 기업이 만약 해킹이라도 당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플랫폼에 저장된 콘텐츠 또한 온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업 독점적 형식의 웹 2.0에서 벗어나, 디지털 콘텐츠와 데이터 제공자에게 온전한 소유권을 블록체인을 통해 갖게 해주는 것이 웹 3.0이다.
웹 3.0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기록하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또한, 개인이 갖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모든 행위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개인의 콘텐츠나 데이터가 어떻게 전달되고 그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전 웹 2.0의 플랫폼 경제에서는 중앙집중된 기업이 일방적으로 수익 구조를 가져갔다면, 웹 3.0에서는 블록체인을 통해 탈중앙화를 기본으로 개인 중심의 수익 구조를 제공할 수 있다.
출처=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NFT/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의 가치창출'
이 웹 3.0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첫째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 즉 NFT(Non-Fungible Token)다. 앞선 연재에서 언급했듯, NFT는 블록체인 상에서 7. 웹 3.0 은 또 무엇인가? 특정 자산을 나타내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토큰을 말한다. NFT가 등장하기 전에는, 디지털 콘텐츠는 복제/공유가 간단했고, 원작자 또는 원본에 대한 입증이 매우 어려웠다. NFT를 통해서는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 소유권을 명확하게 지정할 수 있고, 그 위변조 또한 불가능하다.
또한, NFT 콘텐츠의 재판매가 이뤄지면, 원작자에게 계속해서 일정부분 수익이 가는 구조도 가능하다.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P2E 게임 등에서도 게임 아이템을 NFT화해 가상자산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예측컨대, 머지 않은 미래에는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웹 3.0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커뮤니티다. 웹 3.0 실현을 위한 두 번째 요소다. 커뮤니티는 7. 웹 3.0 은 또 무엇인가? 웹 2.0 환경에서도 어느 정도 힘을 발휘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이 특정 서비스나 제품, 다양한 사회 현상을 통해 여론 형성이 가능했다. 다만 이때는 커뮤니티가 핵심 요소는 아니었고, 수익을 공유할 수도 없었다. 웹 2.0에서는 콘텐츠 생산자만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반면 웹 3.0에서는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보상이 가능한 구조로 생태계를 만들어 놓는다. 그렇게 되면 콘텐츠 생산자와 참여자, 그리고 소비자 모두 활동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사용자들은 플랫폼 안에서 작은 활동을 하더라도 모든 데이터가 기록된다. 그 데이터에 대한 보상으로 수익을 얻는 것이다. 이로써 좀더 많은 사용자들이 유입되어 큰 커뮤니티가 구축되는 선순환을 이룬다. 새로운 경제구조를 만들어 지는 것이다.
웹 3.0이 완벽하게 구현되기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것도 많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웹 3.0은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웹 3.0을 전면에 내세워 투자에 성공한 스타트업도 많다. 우선 웹 3.0 환경은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필자는 '접근성'과 '편의성'을 우선으로 꼽는다. 사용자들이 웹 3.0과 NFT의 개념을 이해하더라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이용해야 한다. 이 플랫폼을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하기에는 여전히 까다로운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 가상자산 구매, 탈중앙화 지갑 사용 등이 그러하다.
게다가 플랫폼마다 이용 방법이 조금씩 다르니 어느 정도 학습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현재 가상자산이나 NFT, 메타버스 등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이들만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결국 웹 3.0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사용자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덜어주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사용자들 또한 블록체인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
지금은, 이후로 세상은 데이터 전쟁의 시대라 할 만하다. 사용자들도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변화할 것이고, 조만간 웹 3.0의 시대적 흐름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콘텐츠와 데이터 권리에 대한 인식이 쌓이고 패러다임이 서서히 변화한다면, 지금처럼 굳이 웹 3.0이라 말하지 않더라도 그저 일상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오리라 예상한다.
글 / 클레버파트너스 박진성 대표
ICO 전문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거래소 엔터프라이징부터 50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컨설팅, 진행한 경력이 있다. 현재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략 자문기관인 클레버파트너스를 운영 중이며, 크립토 펀드 운영 및 거래소 프로젝트 컨설팅을 총괄하고 있다.
투자 용어 정리
(~2022-09-20 23:59:00 종료)
--> 기사내용 요약
2분기 잔액 3736억 달러…228억 달러↓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2분기 하루 평균 외환거래액이 두 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외국환은행의 하루 평균 외환 거래액은 655억9천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 1분기보다 4천만달러 늘어났다. 2022.07.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순투자는 늘었으나 주요국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로 국내 외화증권 투자 잔액이 3800억 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22년 1분기중 주요 기관투자가의 외화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우리나라 주요 기관투자가의 해외 주식과 채권 등 외화증권 투자잔액(시가 기준)은 3736억2000만 달러로 전분기(3958억8000만 달러)보다 228억3000만 달러 감소(5.8%)했다. 이는 2011년 3분기 17.5% 감소(111억6000만 달러) 이후 최대 폭 감소한 수치다.
자산운용사 해외펀드 설정액 증가 등으로 순투자는 늘었지만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등이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관투자가별로는 자산운용사의 투자잔액은 2517억300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168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보험사의 투자잔액은 729억9000만 달러로 59억6000만 달러 줄었다. 증권사는 16억80000만 달러가 감소했다. 반면 외국환은행은16억2000만 달러 증가했다.
상품별로는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로 자산운용사(-67억9000만 달러)와 보험사(-46억6000만 달러)를 중심으로 감소하며 외국채권에 대한 투자가 106억2000만 달러 감소한 1707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 3월 말 2.34%에서 6월 말 3.01%로 0.68%포인트 급등했다.
외국주식은 주요국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등으로 자산운용사(-94억8000만 달러)와 증권사(-2억6000만 달러)를 중심으로 감소한 1716억4000만 달러를 기록,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실제 주요국 주가는 큰 폭 하락했다. 올 2분기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이 각각 전분기말 대비 11.3%, 22.4% 폭락했다. 유로스톡스(EuroStoxx)50지수가 11.5% 하락했고, 일본니케이(Nikkei)225지수는 5.1% 떨어졌다.
코리안페이퍼에 대한 투자는 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손실에 더해 일부 보험사의 채권매도 영향이 가세하면서 보험사(-10억7000만 달러)를 중심으로 감소했다. 전분기 말 대비 23억6000만 달러 줄어 312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4분기부터 1년 9개월 연속 감소세다.
투자 용어 정리
송경원 한국영화 빅4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왔다. 이 6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를 넘겼고 1부 순으로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2022년 8월22일 기준).
송형국 은 세간의 비난이 많은 데 비해 비평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흐름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를 향한 욕망으로 똘똘 뭉친 거대한 실패’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실패이기도 하다.
송경원 궁색한 말이긴 하지만 아직 2부가 공개되지 않았으니 사상 최대의 실패라고 하긴 조금 이르다. 결과가 아쉽지만 CJ가 의 속편이 아니라 해외 시장의 확장까지 염두에 두고 을 선택한 건 나름 합리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송형국 의 경우 1편과 2편을 따로 봐도 문제없는 2부작이잖나. 은 아예 모험적으로 1편을 안 보면 안되는 영화이다 보니 2편의 실패는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도 자체는 긍정한다. 와 은 안전한 기획이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안전한 기획이 선택받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다양성과 상상력의 측면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은 어떤 면에서 응원할 수 있는 모험적 시도였는데 실패해버렸다.
송경원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나.
송형국 의도는 좋았으나 그 종착지가 할리우드를 향한 섣부른 욕망이었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영화의 보수적이고 불안정한 투자 환경을 고려했을 때 안타까움의 정도는 훨씬 더 크다. 에 할리우드를 의식하지 않은 장면이 과연 있는지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고려 시대 장면들도 시리즈에서 제다이들이 다 했던 거다. 마블 영화에서도 캡틴 아메리카가 자국의 승리 역사를 가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신화를 쓰고. 그렇게 봤을 때 할리우드에서 안 한 게 에 과연 있나 싶다. 의 장면과 설정들을 가져왔다. 에 이 들어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흉내냈다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어떤 점에서 흉내이고 좋은 의미에서 사용이 되지 못했는가에 대해서 좀더 얘기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김소희 할리우드에 대한 욕망으로 정리해주었는데 그걸 실패의 원인으로 보기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욕망이 있고 그걸 실현했음에도 왜 관객의 외면을 받았는지 질문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OTT 플랫폼에서 개봉한 와 달리 은 실패하더라도 극장에서 틀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1편의 실패가 반드시 2편으로 이어질 거라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2부가 공개될 시점에 다시 1부를 공개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를 계속 질문하게 되는 영화였다. 그건 도 마찬가지다. 흥행하는 영화와 비평적으로 얘기해보고 싶은 영화는 다르다고 느꼈다. 두 작품 모두 흥행은 실패했지만 그래서 더 많은 논쟁 거리를 남기고 있다.
기획 상업영화의 프로듀싱 문제
송경원 오늘의 큰 화두가 될 수도 있는데, 상업영화와 작가영화 두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자 스스로 상업, 작가라고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받아들이는 쪽에서 이런 용어들을 편의적으로 섞어 쓰는 방식에 위기감을 느낀다. 과 은 연출자가 시도한 작품적인 성취와 별개로 기획 상업영화로서 실패인 건 분명하다.
김병규 에 장르적 오리지널리티가 부재하다는 지점이 영화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긴장감 있는 기획의 절차가 부재한 점을 많이들 우려했고 그 우려는 현실화됐다. 어떻게 이렇게 미완결된 1편으로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을까. 극장 산업, 극장 관객이 정말 더이상 팽창할 수 없을 만큼 과잉됐던 시기가 있었고 코로나19를 겪으며 그 이전으로는 복귀할 수 없는 수치들이 있다. 은 코로나 이후 관객이 흥미를 느끼는 지점들을 건드려주지 못한 영화였다. 텍스트만 놓고 본다면 최동훈 감독은 관객이 상황과 전모를 알 수 없을 때 그 상황의 한복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관객을 몰입시키는 종류의 이야기꾼이었다. 그에 반해 은 상황이 계속 갱신되며 집중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계속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그 스스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계속 회피하는 인상을 받았다. 집중력이 약화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게 규모가 너무 커서인지, 1, 2부로 나뉜 구성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관객의 대중성을 맞추고자 했던 잘못된 판단이었는지, 그 부분을 고민해보는 것이 흥행 성적이 한국 영화산업에 남겨준 단서일 것이다.
송경원 최동훈 감독은 충무로에서 상징적인 바가 있다. 생각해보면 최동훈 감독은 평단의 호평이나 비평적인 성취와 별개로 흥행이 늘 순조로웠는데 처음으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흥행 감독의 차기작 실패를 넘어 하나의 신호처럼 보인다. 코로나 이전 프로듀서와 감독의 관계를 마치 대결구도인 양 이분법적으로 접근한 부분이 있다. 기획의 지나친 간섭이 창작을 저해할 거라는 이상한 믿음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규모가 큰 작품일수록 프로듀싱이 제대로 작동 중인지 의문이다.
김병규 그런 의문이 드는 작품들이 사실은 꽤 많았다. 가령 이나 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부작 구성이 어떻게 통과됐을까 궁금하면서 그에 대비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의 사례다. 신인감독이 천만 영화를 만들었는데 아무도 감독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기획자와 스타의 이름이 전면에 남는, 이것이 완벽한 기획영화의 사례이지 않나. 관객이 선택한 와 외면당한 의 차이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크게는 두 가지 차이가 눈에 띈다. 하나는 상영시간, 다른 하나는 배우 캐스팅이다.
송경원 야말로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모델이다. 스타를 중심으로 명확한 하이 컨셉이 있는, 제작자의 프로듀싱이 선명한 모델 말이다. 이나 의 경우는 멀티캐스팅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워왔던 하나의 모델이 비로소 무너졌다고 느낀다. 언젠가부터 규모 있는 한국 상업영화에서 멀티캐스팅은 필수요소처럼 자리 잡았는데 그 과정을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김병규 을 보면서 멀티 스타 캐스팅에 기대며 프로듀싱이 통제가 안되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송강호와 전도연 배우가 저런 캐릭터로 나올 줄은 몰랐다. 이런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이끌고 가기 힘든 캐릭터를 맡았다. 배우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야기의 발목을 잡아끌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캐릭터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그 인물들이 나오는 장면의 밀도가 헐거워지는 건 다른 문제다. 분량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한테 굳이 사연을 덧붙이고 장면을 덧붙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너무 느슨해졌다. 그런 점이 와 대비된다. 가령 의 임시완과 의 손석구는 모두 사연 없는 악인이다. 는 별다른 사연을 덧붙이지 않는 방식으로 악인을 처리하는 반면 은 임시완이 빠르게 퇴장한 후 수많은 사람들이 사건에 난입하고 에피소드를 이어가야 한다. 전반적으로 난삽해진다고 할까. 그런 식으로 전개와 밀도가 흩어지는 게 문제다.
김소희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고 싶다. 가령 한국영화의 멜로드라마가 쇠퇴하는 것과 모종의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다. 멀티캐스팅이 대세가 되며 피해를 본 장르 중 하나가 멜로드라마다. 집중력 있는 관계가 필요한 영화들은 멀티캐스팅이 불가능하고, 자연스럽게 특정 장르들이 배제되어왔다. 주로 남성 캐릭터가 대거 출연한다든가 아니면 여성이 있어도 동상이몽을 하면서 이야기가 에피소드식으로 흩어져 있거나 몰려 있는 패턴이 다수다. 멀티캐스팅 역시 처음엔 기존 한국영화의 패턴에 대한 피로감을 타개하려고 등장한 건데 이제는 거꾸로 멀티캐스팅에 대한 피로감이 절정에 달한 것 같다.
송경원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를 이끈 1세대 프로듀서들이 있었다. 차승재 대표처럼 스타 프로듀서와 제작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형사, 조폭영화 등 몇몇 장르영화들이 성행하기도 했다. 그러다 대형 배급사를 중심으로 한 스튜디오 시스템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기획영화의 프로듀싱이 감독의 창작력과 대립한다는 착시가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이상한 혼선이 빚어진다. 스타 감독과 작가의 개념이 모호하게 남발되는 것이다. 최동훈은 한번도 작가였던 적이 없다. 그런데 감독의 창작력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 게 아닐까 의심한다. 심지어 최동훈 감독으로 대표되는 모델은 멀티캐스팅을 중심으로 규모와 이야기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이 욕망을 내버려두면 규모는 한정없이 늘어난다. 나는 프로듀서가 이걸 제어하는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의 추이를 보며 한국영화에 프로듀서 시스템이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송형국 반대로 살펴볼 부분도 있다. 투자 및 제작의 의사 결정 과정에 관해 대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철학 자체는 긍정할 만하다. 가령 투자배급의 역할은 투자배급만, 제작은 철저히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접근한다. 대기업을 막연히 적대시하는 경향은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해온 CJ, 롯데 등 대형 제작사 덕분에 오늘날 한국영화의 규모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건 굉장히 한국적인 형태다. 할리우드 시스템과의 차별성이 있다. 대기업 투자배급사 고위 간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서간 자율성이 상당히 보장되는 장점이 있다. 시스템이라는 미명하에 이걸 정량화할 때 문제가 생기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실패를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로 확장하는 것은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한국적인 모델들 덕분에 박찬욱, 봉준호가 탄생한 게 아닐까.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 진짜 통제가 부족했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
김병규 동의하면서도 논의가 시작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올여름 한국영화들을 보면 감독과 협업하는 제작자의 존재감이 거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방기일 것이다. 프로듀서도 창작자다. 봉준호와 박찬욱의 사례를 다시 생각해보면 봉준호는 차승재 대표와 신인 시절부터 같이했고 박찬욱은 초기작의 흥행 실패 이후 명필름의 기획 영화감독으로 감각을 되찾았다. 그런 의미에서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존재감 있는 프로듀서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스타 프로듀서의 시대와 스타 감독의 시대, 그리고 지금
송경원 1세대 스타 프로듀서들은 일종의 우산 같은 역할도 했다. 투자나 자본의 욕망으로부터 감독의 창작력을 보장하고 육성하는 역할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좀 이름값이 있어 어느 정도 규모를 맡길 수 있는 감독, 멀티캐스팅을 통해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는 감독에게 완전히 끌려가는 듯한 형국이다. 반면 를 생각해보면 마동석이라는 스타 겸 프로듀서가 전체를 기획하고 조율한, 교과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전통적인 스튜디오 모델에 가깝다. 예전 같으면 를 놓고 감독이 보이지 않는다며 비판할 것 같은데 지금 보니 오히려 기획이 작동하는 정상적인 모델처럼 보이는 지경이다. 그렇다면 왜 프로듀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 이유를 단순화하는 건 위험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스타 감독이 기획영화의 7. 웹 3.0 은 또 무엇인가?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이 있었다고 본다. 어느 순간부터 용어들이 마구잡이로 섞이면서 작가의 창의력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스타 감독의 접근 방식이 기획의 하이 컨셉마저 밀어냈던 게 아닐까. 최동훈과 한재림 감독으로 대표되는, 스타들을 기용한 멀티캐스팅 중심의 이야기 확장이 그런 모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하기에도 용이하고 여러 장르와 스타일이 섞여 있으니 안전해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본질은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에 있다고 본다. 제한된 상영시간과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환상이 영화를 영화답게 한다. 하지만 한국의 기획 상업영화가 손쉽게 택한 길은 그 반대 방향이었다. 올여름 영화들의 결과가 한편으론 멀티캐스팅 중심으로 확장하던 한국 기획영화의 종막을 고하는 듯하다.
투자 용어 정리
2006년 11월 1일 당시 서울 강남구 한 건물에 입주한 론스타 안내 표지판. 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 국제분쟁 중재판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먹고 튀는(Eat and Run)' 수준을 넘은 '속이고 튄(Cheat and Run)' 행위로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 승인을 의도적으로 보류한 한국 금융당국의 잘못과 별개로 론스타의 약탈적 매각 행위를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법무부는 6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와 론스타 사이의 투자자-국가 국제분쟁해결제도(ISDS) 사건에 대해 내린 판정 요지서를 공개했다. 판정 요지서는 400페이지가량의 판정문 전문을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주장, 중재판정부 판단 등을 핵심 쟁점에 따라 정리한 일종의 요약본이다. 중재판정부는 판정문 전문의 공개 금지 명령을 내렸으며, 법무부는 론스타 측과 전문 공개를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판정 요지서에서 한국 정부가 2억1,650만 달러(환율 1,300원 기준 2,814억 원) 배상 책임을 지게 된 '외환은행 매각가격 인하로 인한 손해'에 대한 판정부 판단이 눈에 띈다. 론스타는 2011~2012년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매각 승인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매각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맞서왔다.
판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형사 유죄판결 확정을 받았던 점에 비추어 보면, 소위 '먹고 튄(Eat and Run)' 비유에서 더 발전해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론스타 측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인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환카드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춘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같은 론스타의 주가조작 행위를 '속이는(Cheat) 행위'로 본 것으로, 판정부는 “이후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지분을 더는 보유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금융당국이 매각 가격 인하를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지적했다.
다만 판정부는 한국 정부 역시 부당한 매각 승인 지연으로 투자보장협정의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꼬집었다. 론스타가 청구한 금액(4억3,000만 달러)의 절반을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한 이유다.
특히 다수의견(3명 중 2명)은 "(한국) 금융당국은 매각가격 인하가 이뤄질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하는 '지켜보는(Wait and See)' 정책을 취하였는데 이는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정치인들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매각가격 인하를 위해 노력했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중재인 한 명은 "가격 인하 압력 행위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다"며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소수 의견을 개진했다.
정부는 판정부가 론스타의 주가조작 행위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 판정 취소 신청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중재판정 취소 신청과 관련한 질의에 “(취소 신청 인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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